아이슬란드에 가면
일주일에 한번
TV가 나오지 않는 날이 있단다
매주 목요일에는
국민들이 독서와 음악과
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
국영 TV가 앞장을 서
세심한 문화 정책을 편단다
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앉은
우리 나라 TV에는
이제 갓 열여덟 소녀 가수가
선정적 율동으로 오늘밤을 노래하는데
스포츠 강국 선발 중진국 포스트 모더니즘
끝없이 황홀하게 이어지는데
재벌 2세와 유학 나온 패션 디자이너의
사랑이야기가 펼쳐지는
주말 연속극에 넋 팔고 있으면
아아~ 언젠가 우리는
깡통이 될지도 몰라
함부로 짓밟히고 발길에 채여도
아무말 못하고 허공으로 날아가는
주민증 번호와 제조일자가 나란히 적힌
찌그러진 깡통이 될지도 몰라
살아야 할 시간들 아직 멀리 남았는데
밤하늘 별들 아름답게 빛나는데...